처음 수영장에 발을 들이면
제일 먼저 코를 찌르는 그 특유의 냄새가 반깁니다.
“아, 이 냄새야. 수영장 냄새.”
하지만 곧 드는 생각 하나.
“이게 대체 뭔 냄새야?”
대부분의 사람은 이 향기를 ‘소독약 냄새’라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 이 냄새는 단순한 염소 냄새가 아닙니다.
심지어 수영장이 더럽게 유지될수록
이 냄새는 더 강해진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오늘은 수영장의 냄새에 대해
좀 더 과학적으로, 그리고 수영장 위생 관리 측면에서
차근히 풀어보겠습니다.
수영장 락스냄새의 정체
1. ‘수영장 냄새’는 염소 냄새가 아니다
우리는 보통 수영장에서 나는 냄새를 염소 냄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염소 자체는 거의 냄새가 없습니다.
그 냄새의 정체는 염소가
사람의 땀, 소변, 침, 화장품, 대사물 등과
반응하면서 만들어낸 트리클로라민(trichloramine)이라는 화합물입니다.
즉, 그 강한 수영장 냄새는
‘소독된 냄새’가 아니라 ‘더러움이 반응한 냄새’입니다.
2. 냄새가 심하다고 해서 물이 깨끗하다는 뜻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수영장에 염소 냄새가 강하게 나면
“소독을 잘했구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는 그 반대입니다.
염소가 사람의 오염물질과 많이 반응했을수록
트리클로라민이 많이 발생하고,
그래서 더 강한 냄새가 납니다.
오히려 냄새가 적은 수영장이
소독 상태가 더 안정적이고 위생적으로 관리된 곳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3. 수영장 소독의 원리는 어떻게 작동할까?
수영장에서 사용하는 소독제는
대부분 차아염소산나트륨(NaOCl) 또는
소독용 염소 가스입니다.
이 물질이 물속에 들어가면
살균 작용을 하는 ‘유리잔류염소’라는 형태로 남습니다.
이 유리잔류염소는
물속의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죽이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람이 들어와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염소는 그 오염물질과 반응하면서
소독력을 잃고, 대신 트리클로라민 같은 부산물을 만듭니다.
그래서 수영장은 정기적으로 염소 농도를 체크하고,
신선한 물을 보충하고, 환기를 해줘야
쾌적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4. 그래서 수영장 가기 전엔 꼭 샤워를 해야 한다
샤워를 하지 않고 수영장에 들어가는 사람들 때문에
수영장의 위생 수준은 빠르게 떨어집니다.
한 사람이 수영장 안에 들고 들어가는 오염물질의 양은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 땀, 피지
• 소변, 방귀(!)
• 화장품, 선크림
• 머리카락, 비듬
이런 것들이 모두 염소와 반응해서
그 특유의 ‘수영장 냄새’를 유발하는 트리클로라민으로 바뀝니다.
사람이 많고, 샤워를 제대로 하지 않을수록
냄새는 더 심해지고, 눈 따가움, 기침 같은 자극도 증가합니다.
5. 냄새 때문에 수영을 꺼린다면? 대처 방법
어쩔 수 없이 수영장 냄새에 민감한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아래와 같은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 환기 잘 되는 시간대에 수영장 이용
보통 오전에 환기와 수질관리를 마친 상태입니다.
• 물안경, 귀마개, 코마개 착용
냄새와 자극이 신체로 직접 유입되는 걸 막아줍니다.
• 수영 후 반드시 클렌징 + 보습
트리클로라민 잔여물이 피부에 남지 않도록 정리합니다.
수영장 냄새는 소독의 향기가 아니라 ‘경고’입니다
수영장 냄새는 단순한 냄새가 아닙니다.
그건 ‘사람의 흔적과 염소가 싸운 결과물’입니다.
그래서 수영장 냄새가 강하게 나면
“와, 깨끗하네”가 아니라
“여기 좀 오염됐구나”라고 생각하는 게 맞습니다.
냄새를 줄이려면,
관리도 중요하지만, 이용자의 태도도 중요합니다.
샤워는 매너가 아닙니다.
수영장을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다 함께 물에서 건강하게 놀기 위해,
우리는 작은 습관부터 바꿔야 합니다.